2014년 1월 4일 토요일

[탐방기] 논란의 호산장성(虎山長城)을 가다




소위 중국의 '만리장성(Great Wall)'은

고대 왕조인 진(秦)이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이후,

역대 왕조를 거쳐서 계속 증축, 개보수 되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만리장성의 명 시기에 개축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만리장성을 '장성'으로만 부른다.




▲ 단동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호산장성으로 향했다.

압록강을 오른쪽에 끼고 20분 정도 달린다.

강 너머로 펼쳐진 것은 북한땅이다.


 
▲ 보이는 산이 호산이다. 


호산의 원래 이름은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하며
'호이산(虎耳山)'으로도 불리다가
호산으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평지에 솟은 두 봉우리가 마치 동물의 귀처럼 생겼기 때문이리라.



호산장성은 최근에
한국인들 사이에 새로운 중국 관광지로 부상했다.


그 이유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만들기 위한 작업 중 하나인
역사 프로젝트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호산의 고구려성을 중국의 '장성'으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산장성은 동북공정이 시작된 2002년 이전인 1992년에 복원되었으므로
동북공정과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호산장성의 입장료는 60위안. 상당히 비싸다.

티켓을 사면
1. 호산장성
2. 장성 박물관
3. 중국-북한변경(中朝邊境)
을 구경할 수 있다.



나의 방문 코스는
호산장성>장성 박물관>중국북한변경



입구부터 으리으리하게 보수해 놓았다.

매표소에서 물어보니 1992년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단장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를 태워주었던 택시 기사 아저씨는
 '아무래도 가짜인 듯, 호산장성보다는 근처의 발전소를 가보라'
고 추천해주었다.

중국인들도 가짜라고 생각하는 장성인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 호산장성이 명(明) 장성의 동쪽 기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google인 바이두(百度)의 설명에 따르면,

90년대 초 문물고고부는 호산에서 '장성'의 기단과 성곽을 발견하고
나철문(罗哲文) 등의 장성 전문가를 보내어 조사하게 한 결과
'만리장성'의 동단 기점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교과서의 기록을 수정하고 대규모의 복원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명대 장성의 동단 기점이라는 중국측의 주장은 일방적이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명대 장성의 동단을 산해관(山海關)으로 적고 있다.

한편 바이두에서는 '장성'에 대한 설명 속에 '산해관'과 '호산장성' 둘 다 싣고 있지만,

어느 것이 동단 기점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내가 찾았던 호산장성에 장성을 소개하는 안내판이나 팜플렛이 없었던 것 역시

무리한 주장으로 한국과의 갈등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 고구려 벽화에도 등장하는 고상식 창고 포착



겨울이라서 그런지,
내가 방문했을 때
장성 박물관은 잠겨 있었다.

과연 그 안에 무슨 내용을 전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굳게 잠긴 장성 박물관



바이두를 검색해보니

장성박물관은 2003년 5월에 문을 열었고
가곡관(嘉峪关), 팔달령(八达岭), 산해관을 이어 역대 장성의 방어 기능을 주로 한 장성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박물관은 두 개 층으로 나뉘는데,
호산에서 출토된 명대 장성의 벽돌, 도기 등의 유물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장성의 역사를 그린 대형 유화와 장성과 관련있는 역사 인물의 조각상 및 관련 문헌,
그리고 장성의 모습, 각 시기별 장성의 역할과 작용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 박물관 앞 뜰에는 명나라 장군 한빈(韓斌)의 동상과 설명판이 있지만,
설명판은 거의 지워져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명대 장성의 벽돌이 진열되어 있다고?

호산 장성을 둘러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게 그것이다.

명대에 축조된 성들은 벽돌로 만들어 졌고
벽돌에는 누가 어디서 만들었다라는 게 새겨져 있다.

그런데 여기 호산장성의 벽돌은 매우 깨끗하다.

박물관이 열었다면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었지만,
닫혀 있으니 진실은 알 수가 없다.




▲ 아직 다른 장성을 가보지 못해 비교하기에 망설여 지지만,
대략 만리장성의 축소판이라고 들었다.







▲ 애매하게 끝나고 있는 호산장성의 일부


복원되었다고 하는 호산장성의 구조는 참 이상하다.

위의 두 사진처럼 애매하게 끝나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이다.

특히 아래 사진의 경우,

큰 암반이기 때문에 원래 장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러 가지로 장성의 진위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문화재 복원이라면,

위 사진처럼 졸속 복원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곳도 있다.

계단의 표면에서 가까운 곳들은 전돌로 마감했지만,

사실 그 아랫부분은 시멘트와 가공되지 않은 돌덩어리들이다.

흉하게 철근이 튀어나온 곳도 있었다.




닫혀있는 박물관을 뒤로 하고 다시 중조변경을 가기 위해서 돌아서는데

내 눈에 보인 것은 석축 산성의 흔적이었다.


산 기슭을 따라서 석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많이 무너져 내려 돌의 잔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원래의 호산장성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확실히 명대 장성은 아니다.




▲ 왼쪽에 석축이 살아있는 부분이 보인다, 오른쪽은 복원된 장성





<중조변경>

북한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깎아지는 절벽의 좁은 길을 따라 다시 호산장성의 입구로 돌아가는 길이다.

중조변경의 입구에
'노약자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가지 마시오'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위험하고 아찔한 곳이 많았다.  



▲ 가다보면 이런 동굴도 있고




▲ 곧 끊어질 듯한 나무다리도 있다






절벽 아래로 압록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북한 땅이 지척이다.











마주 보고 있는 북한 땅은 다 농경지이고

그 가운데 초소가 있었다.

실제로 보초병들이 지키고 있는데,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귀에 들릴 만큼 가까웠다.

그러나 가까이 가자 노래를 멈추고

우리를 망원경으로 지켜보았다.  








아슬아슬한 절벽에서의 트래킹이 끝나고

평지가 나오면 그곳이

중국과 북한이 제일 가까운 거리라는 '일보과(一步跨)'이다.

한 번만 폴짝 뛰면 북한 땅이라는 뜻이다.

정말 여기서의 압록강은 개천만큼 얕고 좁다.


일보과 앞에는 관람객 준수사항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여름에는 이 구간에서 유람선을 운행하는데
관람객들이 음식물을 북한에 던지거나
군인들을 촬영하거나 하는 일이 잦으므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판이다.





다시 호산장성 입구로 돌아나가는데

여기서는 더욱 명확한 석축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지만,

농경지로 인해서 중간 중간 끊어져 있다.



한국에서는

이 호산장성이 실제로는 고구려의 '박작성(泊灼城)'이라고 본다는데

실제로 '박작'이라는 명문 기와나 금석문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역시 단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본다.

고구려 이후 이 땅은 실제로는 오랫동안 중국 영토에 속했기 때문에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호산장성이 구조적, 구성적으로 매우 기형적이기 때문에

명대의 장성을 복원했다고 보기 어렵다.

왜 기왕의 석축 산성을 버리고

전혀 다른 명대 벽돌 장성을 복원했는지 의문이다.



이 산성이 현재 북한 영토와 매우 가까운 곳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국의 영유권을 확고히 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의 선배격의 역사 프로젝트인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은 1996년에 시작된다.

아마 본격적인 국가 주도의 역사 정립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이전에

한국 및 북한, 조선족과 연관되는 고대 왕조 '고구려'와 이 호산장성을 분리시킬 필요성에서

이같은 무리한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정치이고, 승자의 전유물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우리가 잘 알고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고구려의 역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빼앗기다'라는 용어 역시도 고구려의 입장에서는 망언이다.
고구려는 현대 한국과 대응되는 것이 아니다. 고구려는 사실 고구려 그 자체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력이 강해야 한다.

과거는 역사가 되지만,

역사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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