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개봉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세대'
한국은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단시간에 이루어내었다. 그만큼 후유증도 크다. 세대차이가 그것이다.
'세대(世代)'는 공통의 체험을 기반으로 하여 공통의 의식이나 풍속을 전개하는 일정 폭의 연령층이다.
세대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에 처음으로 주목한 사람은 독일 역사주의·정신과학의 확립자 W.딜타이였다. 그에 의하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어떤 큰 사건을 만나 그 사건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 곧 같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서 다소 공통적인 데가 있고, 또 행동양식도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겪은 한국은 세대 차이가 매우 .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세대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개인적으로 나는 'IMF세대'에 속하며, '베이비부머 세대'를 부모님으로 두고 있고, 조부는 '해방 전 세대'에 속한다. 시간 순서로 각 세대 별 특징을 서술해 본다.
해방 전 세대
'해방 전 세대'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시대에 출생한 세대로, 이 세대를 대표하는 관용어는 '묻지마라 갑자생'이다. '갑자생(甲子生)'은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갑자년은 1924년에 해당한다. 이들 갑자생들은 일제 말기에는 10대 후반이었으므로 태평양 전쟁에 남자는 군인이나 노동자로, 여자는 정신대나 위안부로 끌려가 상당수가 죽고 다쳤다. 살아남은 자들도 혼란한 해방 정국에서 피해가 많았으며, 한국전쟁 때에는 20대 중후반이었기 때문에 다시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40대 초반에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기도 한다.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각 산업 현장에서 악전고투했던 것도 이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들은 전쟁, 산업화, 이산을 겪으면서도 놀랄 정도의 생활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대다수가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이미 태어났던 시대에는 3.1운동(1919)과 같은 항일운동이 국내를 벗어나 국외에서 무력투쟁으로 바뀐 시점이었기 때문에 일제의 통치는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이들에게 당연시되었으며 상당히 일본문화에 친밀하고 일본어를 곧잘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으며 '일제(日製)'라고 하면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지금 생존해 있다 해도 80세 이상이므로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거의 없다.
베이비 부머 세대
얼마 전까지 한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었던 세대이다. 한국의 전체 인구 중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세대는 한국 전쟁 이후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고 한자교육 폐지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으며, 고향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온 케이스가 많다. IMF 이전까지 경제개발과 조국 근대화를 체감하며 성공만을 위해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온 세대다. 그러나 그에 따른 희생과 책임이 매우 큰 세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 가부장적 권위를 경험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인권과 자유를 옹호하게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자식과 관계형성을 못한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1997년에 닥쳐온 IMF로 인해 실업을 겪으면서 가장 역할의 붕괴, 가정 파괴 등을 겪기도 했다. 또한 늙은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한 유교 문화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여 숱한 부부갈등, 친족갈등 문제를 낳았다.
그런데, 2010년 가장 앞선 베이비부머 세대가 55세에 접어든 이후, 현재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퇴직으로 인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9년까지 임금 근로자 312만명이 매년 30만에서 40만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들의 자식 세대는 현재 3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에 걸쳐 있어, 대학교 학자금과 유학 비용, 결혼 자금을 위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출이 가장 큰 시점이다.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략 60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므로 그 사이에 정기 소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이는 퇴직 후, 고용이 연계되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대를 지칭하는 관용어로는 '58년 개띠'가 있다.
IMF 세대
서울88올림픽이 있었던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 해당하며 학창시절에 IMF 사태를 겪은 세대이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전쟁 이후의 궁핍한 생활을 겪지 못하고 소위 '한강의 기적'의 수혜자들이다. 특히 IMF라는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정글자본주의가 체화되어 소위 '스펙' 쌓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극단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 실력을 가장 중요시 하는 특성이 있다.
동아리 등 학교 생활에 남아있던 군대식 문화의 마지막 피해자들이며, 학교가 제시하는 엄격한 질서를 초창기 한국 아이돌 문화를 향유하면서 그 분노나 좌절감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카세트 테이프 등 아날로그 문화가 PC통신, 모뎀 등을 거쳐서 개인 PC보급이라는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몸소 체험한 세대이다.
산아제한이 진행 중일 무렵에 태어났으므로 형제수가 적고 그만큼 부모로부터 과잉보호와 함께 무제한적인 사랑(주로 금전적)을 받고 지냈으므로 현실감각이 없고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도 하다. 특히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에는 최악의 남초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이므로 베이비붐 세대 다음 가는 인구수를 보여주며 사상 최대의 대입 수능 응시율을 보였으며, 현재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관용어는 '88만원'세대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비정규직으로서 한달에 약 88만원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현재의 20대의 현실을 다룬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라는 책에서 처음 쓰였다.
또 중요한 다른 세대집단들도 있다.
전후 세대(戰後世代)
일제시대가 종결된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이다. 어린 시절에 한국전쟁을 겪고 궁핍하게 성장했으며 이에 따라 공산당에 대한 적대감, 미국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전 경험자,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속해 있는 시기이다. 지금의 60~70대를 이루고 있는 집단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386 세대
386세대는 일반적으로 박정희가 정권을 잡은 1960년대에 출생하여 독재개발의 경제 성장 정책의 수혜자로서 가난을 딛고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으며, 1980년 광주항쟁에서부터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의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에 대학생활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여성운동은 대부분이 이 세대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다. 이전 세대와 정치적으로 매우 경향을 달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들은 한국의 여러 세대 중에서도 가장 결속력이 있고 강력한 세대라고 인식된다. 이들은 대학문화를 크게 바꾸었다. 우선 남녀 불문하고 선배를 '형'이라 불러서 남녀인식을 굳이 두지 않았으며, 뒤풀이 문화를 만들어 냈다. 또한 결혼을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하기도 하여 싱글로 살아가기도 하는 등 기존 세대와 문화적 차이가 큰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PC의 보급에 따라 이들의 대학시절부터 PC사용을 익히게 되어 한국의 디지털 문화의 선두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취업 걱정이 없던 대학 시절과 달리 사회로 진출한 이후에, 경쟁주의와 자본주의 심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들은 개인적 스펙쌓기에 노력해온 이후 세대에 대한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현재 한국사회의 중추 세력을 이루고 있으며 1990년대 출생자들의 부모가 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상의 세대구분은 개인적인 자의적 견해이며 물론 여기에 빠진 세대도 있음은 양해를 부탁한다. 그리고 분류자에 따라, 그리고 분류 기준(소비문화, 정치성향 등)에 따라서 세대구분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알려둔다.
한국사회는 계속 변화해왔다. 동아시아의 역사화해를 이야기 하기 전에 일단 우리가 우리역사를 잘 알고 있는 것인지부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역사는 역사책에 쓰인 것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 당신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ㅡ 부모, 회사 상사, 학교 선배ㅡ의 인생 속에도 정교한 씨줄과 날줄로서 구현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했을 때,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며 '너'와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글은 한국의 상황이지만, 중국 혹은 일본의 경우에는 어떤 세대들이 있는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끝으로 미국인 Daniel Smukalla씨가 내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Sedae(세대)'의 예고편을 남긴다. 영화 '세대'는 한국에서의 세대 격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상출처 : 세대차이 프로젝트 (http://www.sedaechai.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